다가온 미래, 다가올 미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민아 씨는 오늘도 야근, 어제도 야근, 지난 주도 야근, 그냥 맨날 야근입니다. 그래서 눈이 항상 아픕니다. 뻐근하고 건조하고 침침하고 눈 편할 날이 없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화장을 지우고 콘택트렌즈를 뺀 후 안경을 썼더니 민아 씨 얼굴에 못남이 152% 증가했습니다. 두꺼운 안경은 무거우니 침대에 눕기로 합니다. 누워 SNS를 하다가 최애돌이 스마일 라식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연결된 링크를 누르자 국민 메신저가 열렸습니다.
상담을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긴 합니다. 격한 하루가 지나갔으니 민아 씨는 그냥 자리에 눕습니다.
다음 날, 잊고 있던 1:1 채팅이 시작됩니다. 시력교정수술 상담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지만, 궁금한 줄도 몰랐던 것을 챗봇이 쏙쏙 알려주니 관심이 생깁니다. 그러다 검진 예약을 해버렸습니다.
병원에 간 민아 씨를 반긴 것은 깔끔하게 생긴 키오스크였습니다. 이름과 예약 시간을 입력했더니 기계가 곧 담당 상담사를 호출합니다.
긴 검사가 시작됩니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만큼 길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시력교정 선배들이 모두 싫어했던 안약을 넣고 동공이 커지길 기다리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슝슝 검사를 진행하고 나니 지금 눈의 상태와 가능한 수술 종류, 수술 후 예상 시력 범위를 알려줍니다. 예상 시력의 평균은 1.017. 민아 씨가 기억하는 한 시력이 1.0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1.0으로 보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요?
드디어 스마일 수술 당일, 오늘도 키오스크가 민아 씨를 반깁니다. 하지만 이번엔 상담사를 호출하지 않고 바로 수술실로 안내해줬습니다. 긴장하며 수술실로 들어섰지만 수술은 길지 않았습니다. 잠시 대기실에 머물다 안약 사용법과 먹는 약 복용법 설명을 듣고는 집에 왔습니다. 집에 오면서 한숨 잤더니 안약 쓰는 방법이 가물가물했는데 앱을 여니 동영상으로 잘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눌러보니 수술 전 검사 결과와 수술 후 시력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수술 후 첫 출근, 세상은 밝아졌고 렌즈 끼는 시간이 줄어드니 출근 준비하는 시간이 여유로워졌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시간 맞춰 안약을 넣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하지만 민아 씨의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안약 넣을 시간이 되면 앱에서 푸시 알람으로 안약의 종류까지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약 사용법뿐 아니라 미세먼지가 심해 눈이 건조할 수 있으니 인공눈물을 챙겨 넣으라는 것도 알려주었습니다.
미래의 병원, 어디까지 왔나
비앤빛을 찾는 환자들이 수술 전후 겪는 일을 일화로 구성해보았습니다. 민아 씨의 경우 중 챗봇과 앱처럼 이미 오래전 실행하고 있는 것도 있고, 조만간 도입될 것도 있습니다.
여느 안과와 다름없는 평범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민아 씨는 사실 인공지능이 도입된 후 안과 아니 의료 서비스의 고질적인 문제 몇 가지를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상담 업무가 종료된 밤이나 주말에 문의한 환자들도 충분히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민아 씨가 시력교정수술에 대해 흥미를 가진 시간은 비앤빛 상담사들도 퇴근하고 집에서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니 원하는 궁금증을 다 해결해줄 수 없지요. 하지만 챗봇이 도입되면서 밤 사이 혹은 주말 동안 문을 두드린 환자들에게 우리 상담사들이 다시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담사들의 일이 너무 많아지지 않느냐고요? 아니,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자주 반복되는 기계적인 질문은 챗봇이 처리하고 상담사들은 훨씬 깊이 있고 다정한 1:1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진료 예약과 같은 단순 반복 업무는 챗봇과 앱에게 맡기면 상담사들은 훨씬 깊고 다정한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안과 인공지능이 정확도의 범위를 넓혀 가다 보면 더 적은 검사로 복잡한 검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검사 단계도 단축되고, 무엇보다 환자가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줄어들 것입니다. 병원에 와서 접수하고, 검사를 할 때마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입니다. 무엇보다 안약(산동제)을 넣은 후 동공이 커지기까지 30분 이상 기다리던 시간이 줄어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긴 대기시간입니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평가를 받는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는 의사 한 명이 봐야 하는 환자의 수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검사 장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특정 검사장비에 환자가 많이 몰리는 경우, 의사와 환자 모두 지치게 됩니다. 사람은 많고 자원은 한정적이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환자의 동선과 병원 내 검사장비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개선하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인공지능이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환자가 자주 정체되는 장비나 요일, 시간 등을 파악하면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개선방법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앱을 통해 복약지도를 하는 것은 새롭지도 않은 일입니다. 이미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가 보편화된 세상이고, 당뇨와 혈압은 물론 부정맥 같은 심혈관 질환도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를 통해 관리할 수 있으니까요.
의료 서비스의 가치를 높일 기술 혁신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은 시스템과 맞물려 돌아갑니다. 의사는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해 생산성 즉 진료의 양과 질을 높이고, 병원은 원내의 기기와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료와 경영 양 측면에서 여유가 생긴다면 다음 차원의 문제 해결에 몰두할 수도 있겠지요. 아직 풀리지 않은 의학적 난제에 도전한다거나,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으려 골몰하거나. 꾸준히 연구 논문을 쓰고 인공지능까지 개발한 우리처럼요.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 도입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여전합니다. 가장 큰 우려는 여전히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일 것입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면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한참의 시간이 흘러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이 자동화되고 나면 사람의 일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위기이고 위협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사람의 일은 그러니까 직업은 계속 새로워졌습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어떤 직업은 줄어들거나 사라졌고 새로운 직업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 변화는 자연스러우리라 기대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크리에이터인 것처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청년들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기존의 일을 하던 사람들과 방식은 자연스럽게 은퇴를 하면서 직업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가올 내일을 낙관적으로 바라봅니다. 기술의 열린 지평 위에서 우리가 새로워질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인공지능에 대한 촉수를 민감하게 세우고 실제 연구와 적용을 거듭하며 첨단 기술의 속도에 발맞추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때 인간을 더 위할 수 있다는 것을 의학, 그리고 세계 역사 안에서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참고 자료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를 통해 당뇨와 혈압을 관리하는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