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구글은 최고 수준의 안과 전문의에 비견될 만한 성능을 보이는 당뇨성 망막병증 안저판독 인공지능을 발표했습니다.
당뇨성 망막병증은 전 세계 4억명이 넘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발병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실명 가능성이 상당할 정도로 위험한 반면 관련 의료 전문가는 매우 부족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구글의 인공지능은 환자의 안구 뒤쪽 망막을 찍는 안저사진만으로 평균적인 의사들보다 월등하고, 최상위 의사들과 비슷한 수준의 진단을 전세계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그 후 벌써 2년 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의료 인공지능에 대한 두가지 시각
현재 의료 인공지능은 여전히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만큼 논란도 많은 상황입니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수퍼스타 중 하나인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는 인공지능이 향후 의사의 80%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현재의 인공지능이 있기까지 거대한 기여를 한 딥러닝의 구루(Guru)인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와 앤드류 응(Andrew Ng) 교수는 조만간 인공지능이 영상의학 전문의를 대체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앤드류 응 교수의 트위터 메시지에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상당히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여 후 에 연구결과가 실리면서 의학계에서도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말에는 시력교정 수술이 가능한 환자를 선별하는 비앤빛의 인공지능이 에 실렸습니다. 논문이 게재된 후, 심장 전문의의자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발하게 연구하는 에릭 토폴(Eric Topol) 교수가 비앤빛의 논문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최근 국내의 연구에 따르면 의사들의 2/3가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는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그 누구도 확답을 할 수는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비록 하루가 다르게 기술의 발전속도는 빨라지고 있지만, 의료 인공지능이 좀 더 보편화 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단지 기술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윤리, 사회적 인식, 구성원들의 이해관계, 정책 등 다양한 측면의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의료 인공지능이 중요한 이유
의료에 있어 인공지능이 왜 중요할까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공지능이 의사보다 나은 진단결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며, 둘째는 자동화입니다.
1) 의사보다 진단을 잘 할 가능성
일부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하기 시작했고, 그런 분야들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최신 인공지능이 영상과 같은 고차원 데이터에서 매우 복잡한 패턴을 사람보다 더 잘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의 질과 양이 갖춰진 상태라면 사람이 인공지능보다 나은 예측을 하기가 이젠 더 이상 쉽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협업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의료에서도 논문이나 책, 도제식 교육 등을 통해 고도로 숙련된 지식들이 경쟁과 모방 속에서 발전되고 또 전달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고도로 숙련된 지식들이 하나의 객관적 지식 체계로 통합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통합 과정의 비효율성 등 여러가지 제약 조건들이 있었습니다.
반면 인공지능에서는 이러한 노하우의 통합이 매우 직관적이고 쉽습니다. 예를 들어 최고 수준의 전문의 10명을 모아서 특정 데이터에 대한 진단 결과를 표시하게 한 후 이를 하나의 모델로 학습한다면, 우리는 그 10명의 전문의의 집단지성을 손쉽게 인공지능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매우 효율적인 지식 공유시스템이기도 합니다.
2) 자동화의 힘
이런 고성능 인공지능이 자동화와 만날 경우 그 시너지는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한 명의 의대생을 숙련된 의사로 성장시키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 서비스가 비싸고 양질의 서비스가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 사이에조차 고도로 숙련된 의사와 평균적인 또는 비숙련된 의사 사이의 서비스 품질 차이(또는 진단 정확도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특히나 조직 슬라이드를 가지고 판단하게 되는 대장암 진단과 같이 까다로운 분야는 병리 의사들 사이에서도 예측 편차가 매우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약 80%의 의사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만큼 열악한 의료환경 하에서 신체적ᆞ정신적 피로로 인한 오진의 위험성도 균일한 예측을 방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위험한 병의 경우 병원을 최소 3군데는 다녀봐라.
이 흔한 조언은 의사들의 예측 편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잘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인공지능은 한 번 학습된 이후에는 일관된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줍니다. 그로 인해 숙련된 의사를 보유할 수 없는 다수의 병원이나 전문의가 부족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곳에서도 숙련된 의사의 진단과 똑같은 고품질의 균일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수많은 혁신들이 그러했듯이 의료 인공지능도 사회 구성원 중 일부를 도태시켜 사라지게 만들겠지만, 인류 전체의 복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